후어람퐁 기차역
Hua Lamphong Railway Station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1/03/03 10:32

 

싸탄니 롯화이 꾸룽텝, 방콕 후어람퐁 기차역은 1916년 6월 25일 개장했다. 1910년 쭐라롱껀 대왕 재위시에 시작된 건축은 이후 라마6세 와찌라윳 국왕이 완공시켰다. 후어람퐁 기차역의 건축양식은 이탈리아의 신 르네상스 스타일로 지어졌다. 당시에는 지붕은 나무였으며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되었고, 이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의 마인 하웁트반호프 중앙역 역사를 그대로 본 뜬 것이었다. 후어람퐁 기차역사의 디자이너는 이태리 출신 Mario Tamagno로 알려져 있다.

2021년 현재, 후어람퐁 기차역은 총 12개의 승강장과 22개의 티켓 판매 카운터 그리고 2개의 대형 전광판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하루 130여 기차가 태국 전역으로 떠나고 약 6만명의 기차 승객을 실어나르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는 MRT 지하철과 연결된 후어람퐁 MRT 역과 연계되어 좀 더 쉽게 기차역을 오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후어람퐁 기차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Eastern and Oriental Express, 오리엔탈 특급 열차와 말레이시아를 잇는 국제특급 열차의 종착역이기도 하다. 2021년 올해 개장 105년째를 맞는 후어람퐁 기차역은 그러나 이제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놓여있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태국 철도청은 현 방콕 중앙기차역인 후어람퐁 기차역을 기차 박물관으로 꾸미고 이제 곧 새로운 중앙기차역이 될 ‘방쓰 그랜드 스테이션’이 방콕은 물론 태국의 새로운 대중교통 허브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월 중순경 태국 미디어에 공개된 새로운 방쓰 그랜드 스테이션은 기차는 물론 고속버스 정류장도  될 것이며 이제 태국 전역으로 연결될 모든 교통 수단의 중심은 이곳이 될 것이라고 한다. 방쓰는 현재 올 연말경에 대대적으로 오픈할 것이 예견되고 있으며 이로써 곧 105년의 역사를 지닌 후어람퐁 기차역은 박물관으로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게 될 것이다.

후어람퐁 기차역은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멋진 추억을 남겨준 추억의 장소이다. 태국을 찾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한번쯤은 이용했을 후어람퐁 기차역은 치앙마이 야간기차를 비롯 아유타야 주말 자전거 여행, 후어힌 기차 여행은 물론 더 멀리 태국 남부 지역을 거쳐 말레이시아를 오가는 기차 여행의 추억을 한껏 자랑했던 태국 여행의 중심 역할을 했던 기차역이다.

방콕의 북서쪽을 지날때마다 보게되는 새로운 방쓰 역의 위세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요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후어람퐁 기차역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사실, 105년의 역사가 그리 쉽게 사라질 역사는 아닐 것이다.

필자가 처음 후어람퐁 기차역을 이용했을 때의 느낌이 지금도 새롭다. 둥근 아치형 지붕에 이곳저곳 색이 다른 수많은 창문들과 대리석 바닥, 그 거대한 지붕 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는 모습들은 한편으로는 평화롭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복잡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욱 신기한 모습은 티켓부스에서 기차표를 산 후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대형 광장 맨 앞에 소파를 갖다놓고 오렌지색 로브를 걸친 스님들이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그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창문을 통한 강렬한 햇살. 사진사들에게는 너무나 멋진 빛의 향연속 모습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현대사회속에서 100년이 넘도록 전혀 변한 것 없을 것 같은 후어람퐁 기차역의 모습은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사 바깥쪽에는 길게 늘어선 뚝뚝과 택시들, 다양한 모습의 인력거들과 손수레들, 전국 각지에서 몰여드는 다양한 짐과 또한 수많은 사람들 모습은 다른 어느나라 기차역과는 달라 보이는 모습이었다.

티켓 부스의 모습도 상당히 이채로웠다. 마치 군인처럼 깃이 올라온 유니폼에 태국 철도청 마크가 수 놓아진 넥타이를 맨 티켓 판매원들은 절도있는 자세와 표정 그리고 태도로 티켓을 판매했다. 각 티켓 부스에는 태국어 또는 영어로 남부, 북부 그리고 특별 기차와 외국인 전용이라는 푯말이 쓰여있었다. 물론 지금은 티켓 부스에도 자동 판매기가 등장하면서 약간은 달라진 모습이지만 말이다.

후어람퐁 기차역이 가장 바쁜 시간은 새벽이다. 북부 치앙마이에서 오는 기차들이 모두 새벽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역사앞에서는 농부의 아들과 딸, 어부들의 자녀들을 부르는 외침, 짐 분류하는 짐꾼들의 분주함 그리고 그 속에서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호텔 소개하는 관광회사나 호텔 직원들(일명 삐끼)의 분주함이 한편으로는 정겨워 보이는 모습이다.(코로나19로 인해 이제 더 이상 외국인 여행자들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기차역에 도착한 사람들은 제각각 다양한 교통 수단을 이용해 뿔뿔이 흩어진다. 바로 옆 수로를 통해 배로 이동하는 사람들, 뚝뚝 기사와 가격을 흥정한 후 사라지는 사람들, 그리고 택시에 오르는 사람들과 가족과 친지들의 마중을 받으며 건너편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야간 기차를 이용해 북남부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시간은 저녁 무렵이다. 새벽에 도착했던 기차들, 특히 야간 기차 이용자들을 위해 새롭게 단장한 기차들은 이제 이들을 태국 전역으로 실어나르기 위해 준비가 한창인 모습을 보여준다. 항상 군인들과 스님들이 주요 그룹으로 나뉘어진다.

태국의 기차는 협궤 열차이다. 그래서 빠르게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단선이기에 맞은편에서 오는 기차를 위해 쉬어가거나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있다.

길고, 지루하고 느린 출발선에서 각각의 기차들은 후어람퐁 중앙역을 떠나 태국 전역으로 흩어진다. 고속열차와 고속버스 등 다양한 대중교통들이 한곳에 집중될 ‘방쓰 그랜드 스테이션’과는 꽤나 다른 모습이다. 현대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먼 지금의 후어람퐁 기차역이지만 105년이라는 추억도 이제 곧 사라질 것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치앙마이 야간 기차의 추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기차 승무원은 저녁 식사를 데워서 나눠준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마친 승객들은 저마다 밤 기차를 준비한다. 어떤이는 승무원들이 1-2층 침대칸을 정비하는 동안 기차와 기차를 잇는 문간에서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어떤이는 다른 여행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스라엘에서 왔다는 여행자와 대화를 나누며 탈무드,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미국을 논하던 시간도 있었다. 밤 기차는 시원한 맥주를 즐기는 아주 좋은 시간을 선사하기도 했다. 기차마다 일명 ‘비어걸’이 함께 했던 그 시절, 비록 세븐일레븐 보다는 약간 더 비싸지만 여전히 저렴한 맥주와 땅콩을 안주삼아 밤새 낮선 다른 여행자들과 세상을 논했던 밤기차의 추억.

후어람퐁 기차역이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기차 추억 여행을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